2023. 4. 9. 20:27ㆍ일상적인 이야기
아주 먼 옛날 튼튼하고 번식 잘되는 시클리드의 양대산맥으로 니그로와 레드주얼이라는 고기가 있었습니다. 두 종 모두 튼튼한 동시에 번식도 매우 잘 되는 고기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니그로가 더 볼 맛(?)이 나는 고기여서 이름만 레드주얼이지 밋밋한 발색의 그 고기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 했습니다.
혜성같이 나타난 리파릴리
Hemichromis bimaculatus라고 수입되는 레드주얼은 고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 정도 돼야 '와 빨간 시클인데 몸에 펄이 있네!' 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지 일반인의 눈으로는 약간 불그스름 한 고기에 비늘(...)이 반짝반짝하는 수준의 그냥 관상어 였겠지요? 그러던 2003년 청계천 소마라는 수족관에서 Hemichromis lifalili 라는 고기를 수입하여 판매합니다. 외국의 상품명은 Blood red jewel, 말 그대로 레드주얼의 레드가 블러드레드라는 의미로 레드주얼보다 훨씬 더 붉은 발색을 보여주는 고기였지요.
평소에도 붉은 발색이 레드주얼보다 훌륭한데, 산란기가 되면 온몸이 해수어 뺨치듯 붉게 물들어서 매우 아름다워지는 고기였습니다. 사실 첫 산란이 터지면 산란 주기가 거의 20~30일 주기이기 때문에 성어 쌍의 경우 연중 내내 붉게 물든 발색을 유지하는 고기로 관상가치만 보면 탑티어 수준의 훌륭한 친구였지요.
니그로 못지않게 쌍도 잘 잡히고 치어들도 잘 돌보기 때문에 얼음땡도 모쪼록 이 고기가 레드주얼을 멸절(...)시키고 국내 관상어시장에 완전히 깔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뽀뽀에서 10마리에 5000원씩에 마구마구 분양을 했었습니다.
https://gall.dcinside.com/board/view?id=fish&no=101860
하지만 싼 고기는 역시 싼 고기 취급을 받았는지 받아간 사람들에게서 재분양은 되지 않고 소마도 오프 장사를 접었다가 다시 열었던 라임에서는 좀 팔리나 했지만 역시나 지금은 어느 수족관에서도 찾기가 어려워진, 자취를 감춘(?) 비운의 고기가 되었습니다.
왜 리파릴리는 멸종위기종이 되었나
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고기가 한둘이겠냐마는 전체적으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고 어쨌거나 저렴한 고기는 무슨 수식을 붙여도 싼 고기로 포지셔닝되기 때문에 엔간한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꾸준히 사랑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. 물론 단독사육을 하지 않으면 산란기 때 매우 사납게 돌변하는 성격과 멍 때리고 있으면 미친 듯이 복사되는 번식력이 이 고기를 선택하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겠지만요.
리파릴리 붐은 올까요?
오랜만에 갤러리에 사진을 올렸더니 이 예쁜 고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어 추억을 복기합니다. 아마 이 아름다운 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유행은 돌고 돌아 Hemichromis lifalili 를 수입업체를 통해 공구 신청 하는 분들이 다시 생기고 또 엄청나게 복사가 되고 분양이 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. 모쪼록 많은 분들이 플레임 엔젤의 싸대기를 때리는 리파릴리의 붉은 발색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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